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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포퓰리스트 우파와 모스크바 찬가

파리드 자카리아





터커 칼슨이 진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단독 인터뷰가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필자는 인터뷰 내용보다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한 칼슨의 반응이 훨씬 흥미로웠다. 모스크바는 칼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러사아의 수도를 둘러본 후 그는 더욱 극단적이 됐고, 미국 정부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우선 명백한 사실 한 가지만 말해두자. 모스크바에 산다는 것은 정부를 비난할 경우 투옥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모스크바를 떠난 후 잠시 두바이에 들른 칼슨은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두서없이 쏟아놓았다. 그는 모스크바의 건축·음식·서비스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보고 맛보고 경험한 것보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정말인가. 좁다란 역사적 중심지를 제외한 모스크바의 주변 지역은 소비에트 시절에 세워진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차 있다. 모스크바의 음식이 꽤 좋긴 하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보다 나을 게 없다. 칼슨은 국내외 나들이를 좀 더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모스크바 여행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칼슨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고삐풀린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을 염려가 없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플레율은 7.4%로 미국에 비해 2.5배가 높다. 러시아 금리가 미국 금리의 3배에 가까운 16%에 달하는 이유다.

모스크바에서 찍은 짤막한 동영상은 식료품점에 들른 칼슨이 낮은 식품가격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평균적인 러시아 가족의 일주일분 식비가 미국인 가정이 식료품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에 다시 한번 분노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대략 1만5000달러로 미국의 7만6000달러와는 비교가 안된다. 물가는 빈곤국가보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높기 마련이다. 칼슨이 멕시코에서 식료품 쇼핑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낮은 식품가격에 놀라 멕시코 정부에 전에 없던 존경심을 품지 않을까.

모스크바 지하철역의 웅장한 모습 역시 칼슨에게 경외감을 안겨줬다. 모스크바 지하철에 비해 뉴욕 지하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 수도의 지하철은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조셉 스탈린이 막대한 공공비용을 투입해 지은 전시품이다. 뉴욕 지하철은 예산에 신경을 써가며 다양한 종류의 민관합작 투자를 통해 건설하고 운영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중앙집권적인 전제국가들은 사회 전체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거대한 전시용 구조물을 짓는데 능하다. 칼슨은 이집트와 인도를 방문해 피땀 어린 노역으로 지어진 피라미드와 타지마할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칼슨은 도쿄·싱가포르·아부다비·두바이를 부러운 듯 말한다. 필자는 그가 열거한 도시들을 수도 없이 방문했다. 바로 몇 달 전에도 이 중 일부 지역을 여행했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특성을 지닌 멋진 도시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나 순응주의 문화, 혹은 둘 모두의 탓인지 이들은 길들여지고 주눅이 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 미국 도시는 분권화와 다양성 및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도시생활 전문 작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무정부주의적인 듯 보이지만 유기적인 상향식 시스템을 지닌 도시가 중앙집권적인 전체주의 국가의 설계사들이 그린 추상화같은 도시보다 장기적인 면에서 훨씬 높은 경쟁력을 지닌 최고의 도시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도시는 민주주의의 발현체다. 시민들은 논의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 과정이 때론 지저분하고 가끔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도시를 활기차고 혁신적으로 만든다. 미국이 경제와 테크놀러지, 문화와 군사력 면에서 세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옛날 옛적에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와 선택에 뿌리를 드리우고, 상향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의 유기적 커뮤니티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러나 새로운 포퓰리스트 우파는 이를 경멸한다. 그들의 혐오감은 현대적이고 다원적인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뜻한다. 포퓰리스트 우파는 독재, 포퓰리스트 전제주의와 절대 왕정의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국가경영 방식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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