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를 두고 세계 각지를 떠돌며 원격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유치를 위한 비자 시범 도입이 해법 마련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해외 언론에 소개됐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8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0.65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경영연구소 서정호 교수는 인터뷰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 도입은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 한다는 더 큰 계획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발리 등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외국계 주민 수가 많지 않은데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도입되면 이런 상황이 바뀌는 마중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아마도 정부는 이런 새 비자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민족 간, 혹은 한국계와 비한국계 간의 사회적 혼합 정상화를 위한 의제나 논의를 주도하려고 시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커뮤니티 '디지털노마드코리아'를 운영하는 조정현 (주)호퍼스 대표는 소속 회원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응답자 83.6%가 디지털노마드 비자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역에서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 분산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디지털 노마드 비자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행 주요 자격 요건은 해외 기업에 소속된 외국인으로 소득이 한국의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2배 이상, 본국 후송 보장액이 1억 원 이상인 개인 의료 보험에 가입이다.
원격 근무자 트렌드 분석 웹사이트 디지털 노마드 월드는 서울에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은 통상 매달 2050달러(약 270만 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사이트는 한국을 밤 문화나 청년 문화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지만, 성소수자(LGBT) 수용도나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 가능 수준에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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