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아주 잠깐 늘었을 뿐 승객이 많이 없어요. 직장인들은 차 끌고 다니고 나이 많은 분들은 길어봤자 전철역까지 가는 거죠.”
23일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마을버스 운전기사 정 모씨는 ‘승객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4년간 마을버스를 몰면서 코로나19 전후 상황을 모두 겪었다는 정 씨는 “코로나 전만큼 회복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골목길을 누비며 ‘시민의 발’ 역할을 해 온 마을버스 이용객이 코로나19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용 이동장치(PM) 확산으로 청장년층 이용객이 줄고, 경전철 등이 들어서면서 마을버스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대중교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마을버스 이용객은 전년 대비 2.39% 줄어든 81만6000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대중교통 이용객이 6.12% 늘고, 지하철(8.93%)·시내버스(4.68%) 모두 증가했지만 마을버스만 2021년(81만3000명) 수준으로 후퇴했다. 최근 10년간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가운데 마을버스 숫자만 줄어든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과거 마을버스는 달동네 등 마을 곳곳을 누비는 ‘서민의 발’ 역할을 했다. 마을버스 노선은 2011년 210개에서 2019년 248개로, 같은 기간 차량 대수도 1404대에서 1690대까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때 120만명을 웃돌았던 마을버스 하루 이용객은 2020~2021년 80만명대로 추락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지난해 대중교통 전체 이용객이 2019년 대비 87%까지 회복한 반면 마을버스는 2022년 반짝 회복했다가 감소세로 전환하며 회복률이 70%에 머물렀다.
마을버스 이용객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공유자전거·전동킥보드 등 PM 대중화가 꼽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1인 이동수단인 PM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도보 10~20분 거리를 마을버스 대신 PM으로 이동하는 청장년층이 늘었다. 빔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동킥보드 이용량은 67% 급증했다.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경전철이 들어선 영향도 크다. 경전철을 타면 환승이 편하고,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전철 우이신설선 이용자는 2022년 4만1000명에서 2023년 4만5000명으로, 같은기간 신림선에서는 3만4000명에서 4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전철 무임승차가 가능한 노인들은 버스보다 경전철을 선호한다. 강북의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경전철이 들어오고 승객이 40% 줄었다"며 "노인들은 지하철이 무임승차다 보니 가까운 거리도 경전철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신규 경전철 사업이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앞으로도 마을버스 이용객 감소는 이어질 전망이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마을버스 이용자 감소는 코로나19 이후 PM 이용 증가, 경전철 도입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며 “주 이용층인 노인들이 무임승차가 가능한 경전철을 선호하는 데다 자치구들이 보행로 조성 사업에 적극적이어서 마을버스 이용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승객 감소 충격은 주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마을버스 요금이 900원에서 1200원으로 33% 올랐지만 업체들은 인건비·유류비 부담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고 배차간격은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천구에서는 지난해 마을버스 운행이 중단되거나 배차간격이 시간 단위로 늘어났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마을버스 업체들은 노선 유지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근 중랑구에서는 ‘스타리아’ 승합차 마을버스 1대가 운행을 시작했다. 운영비를 줄여 운송단가를 맞추기 위한 시도다.
자치구 역시 민원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마을버스를 도입하는 동작구가 대표적이다. 재개발에 따른 대중교통 수요에 대비하면서 운전기사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말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하면 내년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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