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극단으로 나뉜다. 한 쪽에서는 K팝·K드라마와 경제 대국으로 상징되는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소위 ‘국뽕 외국인 유튜브’들이 그런 사례다.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며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자살률 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미국의 한 작가는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시선으로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신간 ‘한국 요약 금지’는 한국 거주 10년차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중층적으로 담아 낸다. 저자는 “K팝과 성형, 북한의 위협처럼 외신이 주로 다루는 소재 정도로만 한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내가 관찰하고 만난 한국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은 모순과 역설, 불만 투성이의 복잡한 나라다. 풍요로우나 풍요롭지 않고, 아름다우나 아름답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모순의 집약체다. 저자는 “풍요로움에 대한 불만 그 자체가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 수출 상품이 됐다는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등 거대 담론이 아닌 미시적인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진짜 모습은 경복궁이나 서대문 형무소가 아닌 우리네 진짜 삶의 현장에 있다. TV 프로그램 ‘한국기행’이나 ‘우리말 겨루기’를 추천하는 그는 “가장 작은 마을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 있다”며 “나는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을 방문할 수 있을까”라고 되뇌어 본다.
한국인의 특이한 자의식도 분석 대상이다. 한국인은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책은 “한국인들은 한국의 좋은 점을 가장 모른다”며 “한국의 마케팅 활동은 이상하게도 한국만의 특수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똑같이 생긴 성냥갑 모양의 고층 아파트에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비웃었던 서울시의 슬로건 ‘아이·서울·유’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 특이함으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순위권의 경제 대국이기도 하다. 우리 스스로부터가 우리의 다층적인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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