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위험 수위에 이르자 23일 보건의료 재난 경보 단계를 최상위로 격상하고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해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또 병·의원들의 외래 진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 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니라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 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최대로 연장하고 다음 달 초 광역응급상황실을 4개 권역에 추가 신설하기로 했다.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된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의료계와 만나 의대 정원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에도 착수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이날 저녁 만나 의료계 파국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파국을 막아야 한다”며 복지부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이었다. 22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새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40건이다. 수술 지연 27건, 진료 거절 6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입원 지연이 3건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