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력과 병상의 부족, 지역별 의료 격차 등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한계점이 드러났다. 의료진 덕분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헌신에만 의존할 수 없다.”
2020년 7월 23일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협의회에서 의료 인력을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확충하는 내용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다. 정부 발표 이후 전공의의 80%에 달하는 인력들이 총파업에 나섰고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2020년 9월 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주요 의료 정책 등에 관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는 내용의 ‘9.4 의정합의’를 맺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현안협의체’를 진행했고 총 28회에 걸쳐 의대 정원의 전제 조건인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을 논의했다.
협의체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의료계는 의사 인력을 증원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의협은 이제는 의사 인력을 늘려야 할 시기라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에도 건강보험 재정 파탄, 의학 교육의 질 악화, 이공계 쏠림 현상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보상과 의료사고 형사 처벌 부담 완화 등을 먼저 해결하라고 숙제를 던졌다. 이에 정부는 1일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10조 원 이상 늘리고 전공의들의 수련 부담을 완화하는 등 의료계의 제안을 대폭 수용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에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며 정부 정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정책에 반기를 들며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22년 전 인기를 끌었던 한 광고의 캐치프레이즈다. 의료계가 “니들이 의료 현장에 대해 뭘 알아?”라고 말하는 순간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많이 똑똑해졌다. 의료계에 묻고 싶다. 4년 전보다 필수의료 현장의 현실은 더욱 악화됐는데 왜 지난 4년간 파업을 하지 았았느냐고, 왜 의료현안협의체라는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을 낭비했느냐고 말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다시 대화의 장에 앉아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만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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