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야 할 벌금 규모가 무려 5억 달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대출 혐의로 부과 받은 벌금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으로, 이미 각종 소송비용으로 많은 돈을 쓰면서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또 하나의 사법적 리스크도 점차 한계점까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서 엔고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는 최종 판결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대출 혐의에 대한 벌금을 최소 4억5000만 달러로 기입했다. 종전에는 3억5500만 달러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3개월에 걸친 재판 이후 항소 방침을 밝히며 벌금 공탁금 조달에 나선 가운데 판결 전 지연이자가 가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판결에 따라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도 줘야 한다. 이로써 그가 내야 할 총 벌금 규모는 무려 5억3330만 달러에 달하게 됐다.
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의 벌금도 각각 400만달러에서 470만달러로 늘었다. AP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동 피고인들이 벌금을 납부하거나 공탁금을 걸기 전까지 벌금에 대한 이자가 하루 11만4000달러씩 붙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30일 이내 항소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 벌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채권 등 형태로 공탁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대한 벌금에 상당하는 공탁금을 낼 만한 현금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인 탓이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보증 회사들과 가능한 한 적은 자산을 담보로 잡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벌금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여러 채권 회사가 이를 나눠서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게다가 보증 회사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을 받은 상황에서 자산 가치 평가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부금 액수와 기부자 수에서 모두 밀리고 있는지라, 막대한 벌금 부담은 선거 레이스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공산이 커졌다. 지난달 말 기준 바이든 캠프는 5600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트럼프 캠프의 현금 보유액은 3050만달러에 그쳤다. 기부자 수도 작년 11월 기준 바이든 캠프가 17만2000명, 트럼프 캠프는 14만3000명이었다.
WP는 워싱턴DC의 고위 공화당원들과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률 비용으로 너무 많은 정치 자금을 쓰고 있고, 소액 기부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에도 자금난에 상당기간 TV광고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여러 건의 형사·민사 재판에 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으로 선거자금이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갈 가능성 때문에 기부금 모금에 더 차질이 빚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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