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0 총선 선거구 획정을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면서 29일 예정된 2월 임시 국회 마지막 본회의 전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불발돼 국회에 제출된 중앙선거관리위원의의 획정안 원안대로 갈 경우 강원도에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하는 등 기형적인 구조에서 총선을 치르는 사태가 발생한다.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까지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을 수정하려면 이날 오후까지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의결한 뒤 획정위로 넘겨야 했지만 개의조차 못한 것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일정이 아무리 늦어져도 28일 오전까지는 획정안 수정에 대해 여야 간 협의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일정도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당이 끝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 28일 정개특위에서 획정위 원안을 의결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구 획정안에서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은 일부 지역구의 분할과 합구 문제다. 획정위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대로라면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경기에서 각 1석이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전북에서 1석을 줄이는 방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부산을 1석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획정위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전달했지만 국민의힘은 서울·경기·강원·전남 등 4개 지역의 선거구 조정 방안이 백지화하기 때문에 이 또한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4개 지역 조정안이 파기되면 강원도에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경기 북부에는 ‘포천·연천·가평’ 등이 한 선거구로 묶여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한다.
민주당 내에서도 선거구 획정 원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전북·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획정위안은 ‘농산어촌 지역 대표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방 소멸 대응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라는 대원칙에 역행한다”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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