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27일 단독 의결을 통해 ‘선(先)구제, 후(後)회수’ 를 뼈대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사인 간 전세 계약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침해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의석 수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경제계는 4·10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 남아 총 18표 중 찬성 18표로 가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지 60일이 지난 법안은 해당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의결로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악용한 것이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방안이 포함돼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하고, HUG 등이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다.
여당은 조세 형평성과 막대한 재원 때문에 선구제 후회수 조항을 반대해왔다.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어 다른 사기 피해자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법안 통과 후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도 넘은 입법 폭주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선구제 후구상'을 실질적 지원책이라 호도하며 총선에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이날 국토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됐다. 법안이 2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국 5만 가구에 달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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