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7층을 누른다
미라처럼 꼿꼿이 서서
한 층에 천년씩
내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칠천 년 전 신석기 시대 움집 앞에서
지잉 소리를 내며
자동문이 열린다
비밀번호를 누르자
원시림 사이로 초록 이파리 무성한 팔이 나와
미세 먼지를 분리한 후
타임캡슐에 나를 안치한다
칸칸의 방에
7만 년 후의 아침에 깨어날
연대별 숨소리
아침에 나온 집으로 늦은 밤 돌아가는 하루가 칠천 년의 외출이었군요. 걸음마다 인류 역사의 연표를 딛고 오셨군요. 영원 속 찰나처럼 구겨진 하루가 쥘부채 주름처럼 펼쳐지는군요. 생명진화의 과정에서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되풀이하듯, 최첨단 현대식 주택이 신석기시대 움집으로 수렴하는군요. 시인의 상상력으로 일상의 비좁은 시간과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는군요. 타임캡슐이 시간을 박제시키는 인위적인 화석이라면, 7만 년 후의 아침을 준비하는 우리의 숨소리는 얼마나 유장한 생명의 흐름인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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