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들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가 확보할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며 신청한 금액이 이미 정해진 예산의 두 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600건 넘는 투자 의향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면서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잔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 프로그램에서 총 390억 달러 중 280억 달러를 첨단 칩 제조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이것이 큰 금액처럼 들리겠지만 기업들이 700억 달러 이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보조금을 협상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나는 그들에게 절반만 얻어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제정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는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조금은 팹당 최대 30억 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다.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도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날 러몬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실제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삼성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의 충격을 의식한 듯 러몬도 장관은 “나는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는 데 충실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 강경해야 한다”면서 “각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내 의무”라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러몬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반도체 보조금 등의 현안에 대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는 3월 말까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확정될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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