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교관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방북하면서 북한을 떠났던 서방 외교관들이 평양으로 속속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충격을 받은 북한이 서방과의 교류 재개로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26일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고 전하며 펑춘타이 공사와 튀멜 국장이 면담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2020년 1월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걸어 잠근 후 서방 외교관의 방북 소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해 8월 국경을 개방했지만 중국, 러시아, 몽골, 쿠바 등 친북 국가 외교관만 받아들였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서구 국가 외교관의 방북이 공개된 것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처음으로 안다”며 북한과의 교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독일 외교관의 방북 이유에 대해 업무 복귀를 앞두고 4년 간 비워놨던 공관 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 답사 성격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관을 오랜 기간 비워 놓은 만큼 전력이나 통신 설비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뿐 아니라 코로나 이전 평양에 상주공관을 운영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도 북한이 국경을 다시 개방하려는 움직임에 맞춰 방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자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교류를 재개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북한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사실이 발표되자 곧바로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흘리는 맞불 성격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럽 등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과 북한의 교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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