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0명대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한 0.65명으로 떨어졌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도 0.72명으로 2022년(0.78명)의 역대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합계출산율 0.7명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미혼은 물론이고 기혼자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2695명 중 아이를 더 낳을 의사가 없다는 응답자가 72.5%나 됐다. 과거 15년 동안 역대 정부는 저출생을 해결하겠다며 280조 원가량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지만 인구 절벽은 외려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찔끔 지원을 추가하는 등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저출생의 원인은 좋은 일자리 부족, 높은 집값,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등 복합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에서 양질의 일자리인 대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 비중이 13.9%에 불과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인구 재앙을 피하려면 교육·고용·주거 정책 전반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예산 배정 등 모든 정책 운영의 틀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보육과 육아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질 좋은 보육 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린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세제·예산 등의 파격적인 출산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출산·육아수당 지급 정책 등으로 지난해 출생아 증가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충청북도의 사례도 들여다볼 만하다. 이와 함께 우수하고 숙련된 해외 인력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매력 국가’를 만들고 적극적 이민정책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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