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 수련병원장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도 병원장이 직접 나서 의사들을 향해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날 오후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전원에게 보낸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계실 동료이자 후배, 제자인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박 병워장은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의지와 진심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병원을 운영 중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들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시 한 번 여러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의 희생과 헌신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며 "여러분들이 뜻하시는 바 역시 의료인 본연의 환자를 위한 마음임을 이해하기에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오셔서 환자분들과 함께 하며 그 마음을 표현해달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의업에 나서며 다짐했던 여러분의 진심을 이어 가실 수 있도록 병원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환자를 기억하는 여러분들에게 병원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며 지혜롭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메시지는 2월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재직 중인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는 물론 3월 이후 새롭게 임용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모두에게 발송됐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3월 기준 삼성서울병원과 계약한 전임의와 전공의는 620명이 넘는다. 전체 의사 1360여 명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문제는 당장 내일(3월 1일)부터 이들 중 몇명이 병원에 남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국 수련병원 곳곳에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3월 1일자로 인턴이 될 예정이었던 '예비 인턴'의 임용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신규 인턴 120여 명 중 대부분이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신해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아왔던 전임의 210여 명 중에서도 이달 말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신규 환자의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줄이며 대응하는 중인데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어 의사인력의 추가 이탈이 가시화하면 진료현장의 혼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