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정년 기준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지 주목된다. 연금 고갈 등 복지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최대 10년이나 차이 나는 남녀 정년 격차도 줄어들 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내달 4일 개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온라인 상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법정 퇴직 연령은 남성 기준 60세지만 여성은 사무직의 경우 55세, 생산직은 50세로 더 이른 편이다. 중국은 1950년대 이후 퇴직 연령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아 주요 국가 중에서 법정 정년이 가장 빠른 나라로 분류된다.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인 1949년 35세에서 2021년 기준 78.2세까지 늘어난 만큼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800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9.8%를, 65세 이상 인구는 2억1000만명에 달했다. 중국은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한 출생률 저하도 정년 연장 논의의 불을 지폈다. 중국의 출생률은 1987년 정점을 찍고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0명에 턱걸이하며 0점대로 붕괴 직전이다.
출생률 저하로 고령자 지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도 정년 연장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 연금발전보고서는 지난 몇 년간 신생아 수가 감소함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노동력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퇴직 연령을 65세로 조정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며 “몇 년간 중국의 사회보장 전문가들은 출생률이 감소하고 기대수명이 더 길어진 상황에서 법정 정년 조정이 없으면 연금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당국도 수년 전부터 정년 연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서에도 정년 연장 계획이 포함됐다. 같은 해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내수 확대 전략 계획’에도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같은 논의에도 구체적인 정년 연장 계획이 나온 적은 없으나 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올해 양회에선 어느 해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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