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한이 지난 주사제를 보관하다가 동물에 주사한 수의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씨 행위가 유효 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 목적으로 저장·진열하는 것을 금지한 약사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10월 유효 기간이 5개월가량 지난 동물용 주사제를 병원 내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그는 주사제를 동물에 주사하고 돈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동물병원이 유효 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 목적으로 저장·진열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사법은 위반했다고 판단,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죄질이 가벼운 점을 고려해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수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주사제를 직접 투약하고, 돈을 받는 경우도 의약품 판매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진료 행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유효 기한이 경과한 주사제를 동물병원 내 조제 공간에 저장, 진열한 행위를 약사법이 정한 ‘판매를 목적으로 유효기간이 경과한 동물용 의약품을 저장·진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법이 동물병원을 진료만 하는 곳과 진료·의약품 판매를 둘 다하는 곳으로 구분해 규율하는데, 주사제를 진료에 사용하는 것을 판매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료만 하는 동물병원을 운용하는 A씨에게 판매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사는 불복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약사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