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에서 활약한 배우 전종서가 '웨딩 임파서블'을 통해 로코에 도전했다. 장르물 속 색채 있는 연기 대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활감을 안고 돌아온 그의 얼굴은 낯설지만 안정적이다. 로맨스의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한 그다.
tvN 월화드라마 '웨딩 임파서블'(극본 박슬기/연출 권영일)은 인생 첫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남사친 도한(김도완)과 위장결혼을 결심한 무명 여배우 아정(전종서)와 이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형바라기 예비 시동생 지한(문상민)의 막상막하 로맨틱 미션을 그린다. 아정은 인지도는 바닥인 무명 배우로 돈 되는 일이라면 어린이 뮤지컬부터 하객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어느 날 15년 지기 친구 도한이 자신의 가짜 와이프 역할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15년간 재벌 3세라는 정체를 숨긴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 이들 사이에는 도한의 동생 지한이 있다. 지한은 할아버지로부터 LJ그룹을 물려받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인물. 도한과 아정이 결혼하면 계획이 틀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결혼을 방해한다. 결국 아정은 지한의 방해 공작에 지쳐 도한에게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 '위장 결혼' 소재의 변신 = 과거부터 위장 결혼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꾸준히 있었고,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로 남녀 주인공이 위장 결혼을 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위장 결혼을 지나 진짜 결혼으로 가는 게 전체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웨딩 임파서블'은 다르다. 위장 결혼을 소재로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예비 시동생과의 예상치 못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줄기다. 예비 형수와 예비 시동생의 로맨스는 '사랑과 전쟁'에서 볼 법한 파격적인 소재다. 자칫 막장으로 보일 수도 있는 관계다. 그러나 '웨딩 임파서블'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배치해 우려를 잠재운다. 또 왜 아정이 도한의 위장 결혼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지한은 이 관계를 왜 깨야 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 아직은 불안정한 청춘들의 성장 = 캐릭터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아정은 수많은 작품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여전히 무명 배우다. 결혼식에서 신부 친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다. 배우로 꿈을 이루면 결혼을 포기할까 싶어 도한이 힘을 써 아정에게 역할을 주는데, 이를 알고 죄책감에 역할을 포기할 정도로 직업 의식도 있다. 지한은 LJ그룹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그룹을 물려받겠다는 욕망이 있다. 이는 가정사 때문에 가족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그가 선택한 해결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모범적인 이미지를 쌓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블라인드 채용으로 평사원으로 입사해 일도 열심히 한다. 그렇기에 재계에서 가장 완벽한 신붓감을 형과 결혼시켜 든든한 뒷배로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 그에게 아정의 존재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 전종서의 새로운 얼굴 = 작품을 이끄는 배우 전종서는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영화 '버닝'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전종서는 그간 넷플릭스 '콜', '발레리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티빙 '몸값' 등 장르물에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웨딩 임파서블'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것이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차분한 톤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면서 극을 이끌고 있다. 무명 배우의 아픔과 서러움, 친구와의 관계 등을 표현하며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을 캐릭터를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건 덤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로맨스가 펼쳐지면서 또 그가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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