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쌍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검찰이 ‘진퇴양난’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대장동 개발 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수사가 다시 검찰 몫이 됐기 때문이다. 두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데다 4·10 총선이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도이티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오수 전 회장을 기소한 지 2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권 전 회장이 지난해 2월 10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지도 1년여가 흘렀으나, 검찰은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고법 형사5부는 오는 7일로 지정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의 차회 공판기일을 다음 달 25일로 변경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의 경우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수 전 특검 등 일부를 기소했을뿐, 여전히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의혹에 거론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두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부결·폐기되면서 수사 중심 축이 검찰로 이동했지만, ‘강행이냐, 숨 고르기냐’는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검법이 가결돼 특검이 수사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면 정치적 논란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본회의 표결에 따른 결과라 여야가 수사를 두고 왈가왈부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두 의혹 수사에 오랜 시간을 소요해 상황에 따라 여야 양측의 비판을 면치 못할 처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김 여사를 상대로 직접 조사에 나설 경우 여당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반대라면, 야당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오랜 기간 수사한 만큼 남은 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지만, 선거가 임박해 검찰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재차 기존 자료나 법리 검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명목상 수사에 나서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선거 이후로 미루는 등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앞서 기자들에게 “(사건 핵심 인물인) 권 전 회장 등의 1심 판결이 검찰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고,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다. 항소심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살펴보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 수사를 두고 앞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사임설이 돌았던 점도 부담요소”라며 “결국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만큼 향후 기존 논란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 측에서 지난달 15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한 인사 논란 의혹이 수사에 따라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 수사 처분과 관련해 내부 이견이 있고, 부딪힘이 있어 (송경호) 검사장 교체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저한테도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후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와 관련,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이견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송 지검장이 좌천성 인사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검찰 안팎의 소문으로 확산됐다. 이후 박 장관이 인사 계획이 없다며 사태는 종식됐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달 27일 수원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 공직자는 맡겨진 책무를 다할 뿐”이라고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인사에 관한 결정을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인사를 할 때 협의하는 것이지, (인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협의는 따로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냐”고 답했으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 수사를 진행할 지에 따라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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