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 치안 공백이 극에 달한 가운데 2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수백명이 탈옥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아이티 경찰 노조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 수감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 노조는 "이제 범죄자 3000명이 추가로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화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얼마나 많은 수감자가 탈출했는지 불분명하지만 현지 언론은 '상당한 수'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달 8일 사임 압박을 받는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뒤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갱단 일원들은 무력 과시로 기물 파손과 상점 약탈 등 범죄를 저지르며 소요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지난 달 29일에는 포르토프랭스에서 경찰서, 공항, 교도소를 겨냥한 공격도 감행됐다. 아이티 당국은 갱단 일원들이 경찰서 여러 곳을 공격해 최소 4명을 살해하고 방화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서 등 공공 기관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은 최근 몇 년 동안 전례가 없었다고 CNN은 현지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또한 공항 주변에서 총격이 발생하면서 여러 항공편의 운항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관은 1일 보안 경보를 발령하고 공항·호텔·경찰청을 포함한 주변 지역의 총격과 교통 체증을 경고했다.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1일 "우리는 아이티 경찰과 군이 책임을 지고 앙리 총리를 체포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 무기로 우리는 국가를 해방하고, 이 무기가 국가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셰리지에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세력을 규합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유엔과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티에서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심각한 연료 부족, 치솟는 물가, 콜레라 창궐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 나라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마저 지난해 1월 임기가 종료되면서 입법부까지 공백이 생겼다. 무차별 폭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월에만 1100명의 사상자 및 납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앙리 총리는 나이로비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을 만나 케냐 경찰의 아이티 파견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루토 정부는 일찌감치 1000여 명 규모의 경찰 파견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케냐에서의 위헌 논란이 제기돼 실제 파견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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