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對)중국 무역에서 17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대중 무역수지는 2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중국 춘제 연휴의 영향으로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2.4% 줄었지만 적자가 고착화하던 대중 무역 전선에서 모처럼 들려온 낭보다. 2월 전체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해 5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66.7%나 급증한 덕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회복과 대중 무역 흑자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국들의 인공지능(AI), 우주항공, 양자역학 등 11대 분야 136개 핵심 기술 평가에서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봤을 때 한국은 81.5%로 유럽연합(EU·94.7%), 일본(86.4%), 중국(82.6%)에도 밀렸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2020년보다 1.4%포인트 향상됐는데 같은 기간 중국은 2.6%포인트 오르면서 한국을 앞질렀다. 특히 국가 전략 기술 50개를 대상으로 한 세부 평가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격차가 2.2년에 불과한 반면 한국의 격차는 3년이었다. 그나마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수소 분야에서는 한국이 대중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막대한 지원 예산을 투입하는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 속도를 감안하면 이마저 위태롭다.
기술 경쟁력을 잃는다면 수출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가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한중 기술 역전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에 뒤처진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대중 무역 적자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생존하는 길은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양성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일괄 삭감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현장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 기술 분야에 예산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정교하게 예산을 짜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국회·기업이 원팀이 돼 초격차 기술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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