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인 2월 29일이 지나자마자 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법과 원칙에 따른 사법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1일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3일에는 현직 간부 4명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에 나섰다. 전공의 대표 13명에는 면허정지를 위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하는 등 행정·사법절차를 통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4일부터는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면허정지·고발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로 의정(醫政)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 홈페이지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들의 이름 가운데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여섯 자리 의사 면허 번호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행정절차법 제15조에 따라 이번 공시 송달이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별 전공의에 대한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와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사법·행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의 최후통첩 시한인 지난달 29일 오후 5시 기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9000여 명 가운데 565명만 현장에 복귀했다. 연휴 동안에도 눈에 띄는 복귀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요청한 지 3일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 개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의 강경 모드에 의협은 총력 투쟁에 나섰다. 이날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는 3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 5000명)의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여의도공원 인근 도로에는 집회 시작 전부터 전국에서 의사들을 싣고 온 전세 버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버스에서 내려 집회 장소까지 가는 공원 내부 산책로는 각 시도 의사회 등 단체의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추진을 결정했다”며 “정부가 국민의 불편과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려면 전공의를 포함한 의협 비대위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경력 30년의 가정의학과 의사라고 소개한 집회 참가자는 “압수수색은 우리를 겁박하는 것”이라며 “정치는 타협인데 아무것도 준비해두지 않고 2000명 증원이라면 겁박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강제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3·1절 연휴 마지막 날 여의도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집회 참가자들과 동선이 겹치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A 씨는 “집회가 열리는 줄 모르고 여의도공원을 방문했는데 너무 시끄럽다”며 “전공의 파업은 특권 의식에 매몰된 것이다. 대우 받고 사는 사람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집회에 앞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집회 참가를 강요한 부분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릴 것”이라며 “의협 관계자 4명에 대해 추가로 출국 금지 요청을 했으며 가용 수사력을 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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