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장중 배럴당 80달러대에 재진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전날 유가 부양 차원에서 자발적 감산을 올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와중에 시장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5월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34% 오른 배럴당 83.8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선물도 전거래일보다 0.20% 상승한 배럴당 80.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WTI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제유가는 OPEC+의 원유 생산량 발표를 앞두고 장중 80달러를 넘어선 바 있는데, CNBC는 이에 대해 “감산 결정을 앞두고 시장이 긴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7월 시작해 이달 말 만료 예정인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감산 조치를 6월까지 연장한다고 3일 밝혔다. 러시아도 2분기 석유 생산량과 수출량을 47만1000배럴 추가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 알제리, 카자흐스탄, 오만,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도 자발적 감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앞서 지난해 11월 올해 1분기까지 원유 생산량을 당초 할당치보다 하루 22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OPEC+가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한 직후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6%, 8%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내림세를 보여 왔다. 특히 해상을 통한 원유 운송이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면서 타격을 받았지만, 미국 등에서 원유 공급을 늘리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제한적이었다.
OPEC+가 원유 감산 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유가 약세를 차단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대규모 지출이 많아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이어가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시장은 러시아의 추가적 감산 발표가 예상에 없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한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분석가는 “러시아의 발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조치이며,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시장은 회원국들의 하반기 생산정책에 대한 의견이 조율될 예정인 6월1일 OPEC+ 장관회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아코모 로메오 제프리스 분석가는 “2분기 이후 감산이 연장될지는 훨씬 더 불확실하다”며 “6월 OPEC+ 회의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석유 수요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수요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22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는 반면 OPEC은 이보다 훨씬 많은 225만배럴 증가를 예상한다. IEA는 또 올해 석유 공급이 미국, 브라질, 가이아나 등 OPEC+ 비회원국 주도로 약 1억338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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