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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입 많은 건 사실…의대 증원도 찬성” 의협 회장후보의 소신 발언

■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의대 증원에 찬성…‘공공적 의사’ 증원 위한 세부 정책 필요

의사 수 늘려야 의사 노동시간 줄고 삶의 질 개선 가능해

의협, 권익단체 성격으로 치우친 데 대해서도 아쉬움 표현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사진 제공=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만 못하긴 하죠. 역으로 의사의 평균 수입 증가율은 물가인상률보다 매년 더 높았습니다.”

정운용(59)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지회 대표는 최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선거후보자 정견 발표회에서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불과 얼마 전 TV 토론에서 “갓 전문의를 단 35세 봉직의 연봉이 3억~4억”이라고 언급해 의료계 비판을 한몸에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에 가까운 발언이다. 의료계가 결사 반대하는 의과대학 증원은 물론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도 찬성한다.

외과 전문의인 정 대표는 2003년부터 부산 노숙인진료소 소장, 2006년부터 인의협 부산·경남 대표를 맡고 있다. 20년 넘게 노동자들과 노숙인, 쪽방거주자, 이주민 등을 진료하며 의사사회 주류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걸었다. 주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인의협 소속 의사가 의협 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얼핏 의협 회장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그가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며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국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의료체계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의료시스템 전체를 뒤엎는 개혁 없이는 필수·지방의료와 공공의료 위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진료할 때마다 수가가 매겨지는 행위별 수가제에 기초를 고수한 채 모든 병원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보험 자본이 의료를 규제하는 상황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의협이 의사 회원들의 권익단체 성격에 치우치다보니 의료 전문가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고 한다.

의협 전임 집행부를 비롯해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일방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 차기 회장후보자들 중에서도 ‘의대 증원 찬성파’는 정 대표가 유일하다. 정 대표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의사의 노동시간과 강도를 줄여 의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더욱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성 의사들의 자유로운 임신·출산을 위해서라도 의사 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나 의대 증원 방식에 대해서는 “알맹이가 없다”며 쓴소리를 냈다. 현재 의료 위기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대건 지역의사제건 소위 ‘공공적 의사’ 증원이 필요한데, 현 정부의 정책 어디에도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유다. 단적인 예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봤던 공공병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현상을 짚었다. 실제 부산의료원을 포함해 대다수 공공병원들은 근 3년간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느라 아직도 전체 병상의 3분의 1 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이행자금을 6개월로 제한하는 바람에 남은 직원들의 급여도 제대로 못주는 형편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파업한다는 말에 공공병원을 대책으로 내세우니 누가 정부의 주장을 믿겠느냐”고 되물었다. 지방의료가 점차 소멸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안전망을 위해서라도 공공병원과 연계된 공공의원, 공공 폴리클리닉을 만들어야 하며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정 대표는 “의사들이 전부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장 의사들과 만나 대화하다 보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벌어질대로 벌어진 국민과 의사들의 간격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아프면 돈이 없어도 치료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가 청년시절부터 동료의사들과 함께 꿈꿔온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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