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하니 반대도 심했습니다. 부모님께선 ‘왜 5000만 명의 사랑을 받다가 2500만 명에게 미움받을 일을 하려느냐’고 묻기도 하셨죠.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사격인으로서 20년 동안 국민들께 받은 신뢰를 우리 정치에 대한 신뢰로 돌려드릴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국민의힘의 4·10 총선 영입인재로 발탁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는 4일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민의힘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진 이사는 “사격 선수일 때 진종오가 국가대표로서 국가의 스포츠 경쟁력을 위해 힘쓴 사람이었다면, 정치인 진종오는 후배 선수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 이사는 2008년 베이징·2012년 런던·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 기록을 세운 스포츠 스타다. 올 초에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늘 ‘사격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진 이사였기 때문에 그의 국민의힘 합류는 큰 화제였다. 진 이사는 “누군가는 제게 비례대표 자리 한번 받아서 신분세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실 수도 있다”면서도 “전문 체육인 출신으로서 저만이 목소리를 내고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 이사는 특히 지난 정부에서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재단한 결과 스포츠 역량 저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권 때는 무작정 생활 체육을 강조하며 학생 선수들도 반드시 모든 수업을 받게 했다”며 “학생 선수들이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받고 해가 진 뒤에 과연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엘리트 선수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포츠 산업 육성과 스포츠 복지를 더한 ‘삼위일체’를 스포츠 정책 비전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동일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진 이사는 “장기간에 이뤄지는 올림픽 선수 선발전에서 학생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최저학력제, 출석일수 인정 등을 더 유연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도쿄 올림픽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성적이 확 떨어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체육계는 계속 정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이사는 지역구 출마든 비례대표 후보든 당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남대에서 스포츠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경남대 부설 극동문제연구소에서는 북한학과 최고위 과정을 마쳤다. 그는 “북한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선수 시절 북한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던 경험이 바탕이었다”며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제 경험과 지식을 살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 이사는 국회에 입성한다면 스포츠를 통한 문화 체육 외교와 방과후 체육 활동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최근 ‘K컬처’ 열풍과 맞물려 스포츠·문화·관광 등 다양한 영역으로도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며 “한국의 문화 체육을 세계로 알리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 학생들도 방과후 체육 활동 등을 통해 운동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진 이사를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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