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하니 반대도 심했습니다. 부모님도 ‘왜 5000만 명의 사랑을 받다가 2500만 명에게 미움받을 일을 하려 하느냐’고 말리셨죠. 하지만 지금까지 사격인으로서 20년 동안 국민들께 받은 신뢰를 우리 정치에 대한 신뢰로 돌려드릴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국민의힘 총선 영입 인재로 발탁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는 4일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진 이사는 “‘사격 선수’ 진종오가 국가대표로서 국가의 스포츠 경쟁력을 위해 힘쓴 사람이었다면 ‘정치인 진종오’는 후배 선수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 이사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해 사격 역사 최초로 올림픽 3연패 기록을 세운 스포츠 스타다. 또 올해 초에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늘 ‘사격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그였기에 정치 입문은 큰 화제가 됐다. 진 이사는 “누군가는 비례대표 자리 한 번 받아서 신분 세탁하려 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정치권에서 전문 체육인 출신의 저만이 목소리를 내고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 이사는 지난 정부에서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으로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탓에 스포츠 역량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정부가 무작정 생활체육을 강조하면서 학생 선수들도 반드시 모든 수업을 받도록 했다”며 “학생 선수들이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다 받고 해가 지고 난 다음 무슨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엘리트 선수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포츠 산업 육성과 스포츠 복지를 더한 ‘삼위일체’를 스포츠 정책 비전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진 이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 성적이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제도를 운영한다면 대한민국 체육계는 계속 정체될 것”이라며 “특히 장기간 진행되는 올림픽 선수 선발전에서 학생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현행 ‘최저학력제’나 ‘출석 일수 인정’ 등과 같은 학교 체육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 이사는 국회에 입성한다면 스포츠를 통한 문화 체육 외교와 방과후 체육 활동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최근 ‘K컬처’ 열풍과 맞물려 스포츠·문화·관광 등 다양한 영역으로도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며 “한국의 문화 체육을 세계로 알리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 학생들도 방과후 체육 활동 등을 통해 운동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진 이사를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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