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이예원(21·KB금융그룹)과 임진희(26·안강건설)의 해였다. 이예원은 상금왕·대상·최소타수상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데 이어 시즌 뒤 왕중왕전 성격의 이벤트 대회마저 제패해 8억 원을 더 벌었다. 한 시즌 대회 상금으로만 약 22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 임진희는 한 시즌 4승을 몰아치며 다승왕에 올라 이예원의 전관왕을 가로막았다.
올해 이예원과 임진희의 경쟁은 없다. 임진희가 지난 시즌 뒤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예원의 독주를 예상할 수 있지만 섣부른 예상일 수도 있다. KLPGA 투어에는 매년 새로운 강자가 출현해 판도를 뒤흔들었다.
2024 KLPGA 투어가 7~10일 타나메라CC(파72)에서 열리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약 10억 9000만 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30개 대회를 치르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싱가포르와 태국(15~17일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대회를 치르고 2주 휴식 뒤 국내에서 본격적인 레이스를 이어가는 일정이다. 싱가포르는 하나은행이 1973년에 지점을 설립할 만큼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이예원의 대항마 후보는 여럿이다. 일단 지난해 이예원, 임진희에 이어 상금 랭킹 3~5위를 했던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 김수지(28·동부건설),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이 있다. 박지영은 이 대회 2연패 도전이고 지난 시즌 막판 우승에 성공하며 오랜 가슴앓이를 끝낸 박현경은 대상·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 첫 획득을 노린다. 최근 세 시즌 동안 5승을 쌓은 김수지는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는다.
이예원이 2년 차에 ‘소포모어 징크스’를 비웃고 최고 시즌을 만들었던 것처럼 지난해 루키로서 검증을 마친 2년 차들도 2024년의 여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방신실(20·KB금융그룹), 황유민(21·롯데), 김민별(20·하이트진로) 3인방이 대표적이다. 데뷔 시즌 2승의 방신실과 1승의 황유민은 장타 대결로도 화제를 모았다. 드라이버 샷 평균 262야드의 방신실이 전체 1위, 257야드의 황유민이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룰 위반 늑장 신고로 징계를 받았다가 4월 돌아오는 윤이나(21·하이트진로)와 흥미진진한 장타 자존심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승 없이도 꾸준한 성적으로 신인상 타이틀을 따낸 김민별까지 3명 모두 싱가포르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 이동은(20·SBI저축은행), 김나영(21·메디힐) 등 신인상 후보들 또한 출전 명단에 있으며 2021·2022 두 시즌 동안 6승씩을 쓸어담고 지난해에도 2승을 올린 박민지(26·NH투자증권) 역시 개막전부터 출격한다. LPGA 투어 도전을 미루고 국내 잔류를 선택한 박민지는 KLPGA 투어 통산 20승에 2승만을 남겼다.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이예원에게 쏟아진다. 첫해 ‘우승 없는 신인왕’에서 이듬해 3관왕으로 점프한 그는 3년 차에 한 시즌 5승과 다승왕 등 또 다른 목표를 놓고 호주에서 담금질을 해왔다.
이번 대회에는 패티 타와타나낏(태국)과 나타끄리타 웡타위랍(태국) 등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들도 출전한다. 타와타나낏은 최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회와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를 연속 우승한 강자이며 웡타위랍은 평균 294야드로 장타 부문 1위를 달리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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