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막을 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2년 차를 맞은 올해 양회는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5일 리창 국무원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은 시 주석이 강조한 첨단산업 발전 중심의 ‘신품질 생산력’ 구호와 내수 진작 조치에 방점이 찍힐 듯하다.
그러나 시진핑 3기 중국 경제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지방정부 부채난과 국내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의 악재가 중첩되면서 저성장이 굳어지는 ‘피크 차이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다수 해외 경제 분석 기관들의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가 4%대 중반에 머무는 것은 비관적 경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경제 낙관론’을 설파하며 부정적 요소들을 애써 감추고 관영 매체를 앞세워 “중국의 중산층이 5억 명을 넘었다”는 식의 장밋빛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1993년 주룽지 총리 시절 정례화된 국무원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을 올해부터 폐지한 것도 중국 경제 비관론을 차단하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시진핑 3기 중국 경제 불안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중국의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더 큰 걱정은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으려고 수출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세계 경제에 ‘제2의 차이나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제2의 차이나 쇼크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높은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자동차·기계·가전제품의 저가 수출 공세에 맞서 우리 수출 시장을 지키려면 기업은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총력 지원으로 뒷받침하는 ‘2인3각’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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