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는 재미있습니다. 소리를 직접적으로 내지는 않지만, 소리의 방향과 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등 간접적이면서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이 9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한결은 “수상 후 첫 한국 공연은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며 “2021년 국립심포니 주최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좋은 기회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윤한결과 국립심포니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 ‘불새 모음곡’,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와 함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에는 라벨이 미국을 방문한 이후 접한 재즈의 흔적이 담겨있다. 전쟁으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를 위해 작곡된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도 무대에 올려진다. 협연자로 나선 바부제는 3월 6일 국립예술단체연합회 N스튜디오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윤한결은 “원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하고 싶었지만 바부제와 협주곡을 하게 되면서 프로그램을 변경했다”고 비화를 밝혔다. 이어 “세계 최고의 라벨 피아니스트인 바부제와 함께 한다는 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윤한결은 처음부터 지휘자는 아니었다. 작곡 전공이었던 그는 2018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못하자 지휘와 피아노를 새로 시작했다. 이후 네메 예르비상을 받고, 사이먼 래틀·정명훈의 기획사 아스코나스 홀트와도 계약을 맺었다. 승승장구 중인 윤한결은 올해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우승자 자격으로 빈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작곡을 할 때는 괴로웠는데, 지휘를 할 때는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 윤한결은 “하지만 이번 8월 무대에서는 제가 작곡한 현대곡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모델로 삼고 있는 지휘자는 베토벤 교향곡 음반으로 유명한 거장 카를로스 클라이버다. 그는 “동작 하나로 오케스트라를 바꿨던 카를로스 클라이버처럼 지휘자에게 존경받는 지휘자가 목표”라고 말했다. 윤한결은 레퍼토리 욕심도 많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바르토크의 ‘기적의 만다린’을 지휘해 보고 싶어요. 말러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던데, 언젠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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