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강원 지역 4개 의과대학 모두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강원대 등에 따르면 의대 증원 신청 마감시한이던 지난 4일 강원대는 기존 49명 정원에서 140명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카톨릭관동대와 연세대 원주의대, 한림대 의대 모두 증원을 신청했으나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당시 카톨릭관동대는 현 정원 49명의 두 배 수준을, 연세대 원주의대와 한림대는 30여 명 규모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림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증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대 의대 교수 77%가 의대 정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삭발식을 감행하는 등 교수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10여 명은 의과대학 건물 앞에서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의과대학에는 학생은 없고, 강원대는 전날 교수들의 의견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140명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류세민 강원대 의대 학장과 유윤종(이비인후과) 의학과장은 삭발식을 감행했고, 박종익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승준 호흡기내과 교수가 직접 동료의 머리를 밀었다.
류 학장은 “현재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의 총합은 정부의 2000명 증원의 주요한 근거로 둔갑해 비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항의하며 교정과 병원을 떠난 학생과 전공의를 압박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며 “첫 의도와 다른 전개에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현재 벌어지는 엄중한 상황에 대한 변명일뿐 이에 대한 학장단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삭발 배경을 설명했다.
유 의학과장은 “잘려 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지만 꺾여버린 자존심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필수 의료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마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학생들을 지키겠다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강경 대응 움직임이 일면서 입원·수술 축소 등 의료공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SNS에 “복지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이 의료대란을 일으켰다며 면허정지나 취소가 가능한 행정 및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한다”면서 “합리적인 조정을 위한 대화라도 시작되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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