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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공동경비구역

박용숙





엘리베이터 가운데 둔

아파트 공동경비구역

남북의 문 열리고 예견치 않은

회담 성사될 때마다

열대야에도 찬바람 휑하다

애써 외면한 얼굴, 무표정한 근육

어색한 시선은 애꿎은 거울 겨냥한다

누가 이곳에

거울을 달아 놓을 생각했을까?

잠시 딴청 피우지만

매번 낯선 몇 년째 통성명 없는 앞집 여자의

장바구니와



피부와 옷차림새, 액세서리 슬쩍 훑어보며

유기농일까, 아닐까

순금일까, 아닐까

별별 생각 스친다

언제쯤 우리 무장 해제하고

봄꽃 따뜻이 피워낼 수 있을까?

지구를 하나의 촌으로 만든 시대에 이렇게 먼 곳은 가깝고, 가까운 곳이 멀게 될 줄 몰랐네요. 낮과 밤,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손바닥 소통하는 시대에 이렇게 어두운 등잔 밑이 생길 줄 몰랐네요.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알던 사이가 밥을 짓는지 죽을 쑤는지 모르게 되어 버렸네요. 함께 쓸어야 할 골목길과 함께 가꾸어야 할 마을 화단이 없어져서일까요. 필요한 모든 걸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시대, 하루 종일 마주 보는 현관문이 서로 머쓱해져 버렸네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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