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우리에게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다”며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규제 등의 구조 개혁이 절실한데도 이해 당사자의 합의 도출이 어려운 데다 단기적 고통이나 희생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돌봄 서비스에 외국인 근로자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통화 당국이 외국인 돌봄 서비스에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필요성까지 제안했을 정도로 우리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 2% 밑으로의 추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지난해 1.9%, 올해 1.7%로 낮췄다가 11월에 모두 2.0%로 수정했다. 생산은 노동과 자본에 의해 정해진다. 노동을 결정하는 인구 감소 추세는 단기적으로 쉽게 바꿀 수 없으니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절실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에 그쳤다. 이런데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역대 정권은 표를 의식해 노동시장 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은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벌어지면서 정글처럼 변하고 있다.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구조 개혁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불굴의 뚝심으로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을 토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근로시간의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며 정부는 세수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것이다. 노동·규제·연금 등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저성장 장기화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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