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은 왔다. 올해는 기어코 번쩍번쩍 광이 나는 신제품을 사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아뿔싸! 물가가 너무 올랐다.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사실상 더 가난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신제품 구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지갑이 얇을수록 선택을 위한 고민은 깊어진다. 더군다나 새로 선보인 제품의 종류도 많다. 모든 용품 제조사가 자사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고 유혹한다. 여러 봄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 하나만 고르라고 하는 것처럼 난해하다.
여기 용품 구매와 관련해 자주 던지게 되는 7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있다. 드라이버, 페어웨이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 등에 관한 것들이다. 각각의 답은 당신이 현명하게 용품을 구매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감쪽같이 내 단점 감춰줄 드라이버는 없을까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프로 골퍼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사실 티샷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OB 구역이 많은 국내 골프코스에서 드라이버는 쇼이자 돈이다! 프로 골퍼들은 티샷을 OB 구역으로 날릴 확률이 매우 낮지만 당신은 대부분의 타수를 티잉 구역에서 날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드라이버는 그래서 가장 중요한 클럽이다. 최근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은 신제품마다 3가지 종류를 내놓고 있는 추세다. 실력에 따른 구분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차이를 강조한 라인업이다. 올해는 크게 관성모멘트(MOI)에 중점을 둔 기본형, 드로 구질(슬라이스 방지) 기반, 저스핀 모델로 나눠 선보이는 경향이 짙다. 슬라이스를 자주 내는 골퍼라면 기본형보다는 드로형 드라이버를 구매하는 게 현명하고, 스윙 스피드가 높으면서 강력한 탄도를 원한다면 저스핀 모델을 선택하는 게 낫다.
2. 우드를 2개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드라이버를 제외하고 당신의 골프백 속에 있는 우드는 총 몇 개인가. 혹시 3번과 5번 2개라면 당신은 ‘옛날 골퍼’일 확률이 높다.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 남자 프로 골퍼들도 롱 아이언 대신 7번 우드를 사용하고, 여자 프로들은 심지어 9번 우드도 휘두른다.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가 7번이나 9번 우드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면 하이브리드나 유틸리티 클럽을 대안으로 삼아도 좋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형태의 클럽은 롱 아이언에 비해 다루기 편하고 비거리 성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러프에서 빠져나올 때도 유용하다. 장타 클럽으로 유명한 뱅골프는 아예 헤드가 하이브리드 형태인 ‘하이브리드 아이언’ 세트를 내놓고 있다.
3. 아이언 세트는 꼭 통일성을 유지해야 할까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김주형, 안병훈이 사용하는 아이언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콤보 세트 구성이다. 콤보 세트는 아이언을 두 가지 이상의 모델로 채운 걸 말한다. 안병훈은 4개 모델로 한 세트를 만들었다. 콤보, 콤비네이션, 혼합 세트 모두 같은 의미다.
콤보 세트 구성은 롱 아이언은 볼을 쉽게 띄울 수 있는 모델(예를 들어 캐비티 백 스타일)로, 미들 아이언 이상은 컨트롤 성능이 뛰어난 모델(예를 들어 머슬 백 스타일)로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콤보 세트 구성은 프로 골퍼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종 결합’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골퍼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핑은 콤보 세트 구성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신제품인 블루프린트 T와 S 모델의 클럽별 로프트 각도를 동일하게 했다.
콤보 세트는 장점만 있을까. 아니다. 단점도 있다. 당근 마켓 같은 곳에서 중고로 처분하려 할 때 가격에서 손해를 보거나 거래가 잘 안 이뤄질 수도 있다.
4. 아이언도 ‘장타용’이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아이언은 거리보다는 정확성이 강조되는 클럽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5번 아이언보다는 7번 아이언이, 7번보다는 9번 아이언이 더 편하다. 한두 클럽만 짧게 잡을 수 있어도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줄면서 좀 더 정교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아이언의 클럽별 로프트 각도는 모두 같은 게 아니다. 브랜드마다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도 모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대 10도 가량 차이를 보인다. 같은 번호라도 페이스가 좀 더 서 있는 ‘스트롱 로프트’ 아이언이 있다. 아이언을 새로 바꾼 뒤 비거리가 늘었다면 십중팔구 스트롱 로프트 아이언으로 교체했을 것이다. 골프채 제조업체들은 캐비티 백의 확대나 저중심 등 공법의 발달 덕분에 로프트 각도를 세워도 샷이 어려워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스트롱 로프트 아이언으로 교체할 경우 기존 웨지와의 로프트 편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웨지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
헤드 속이 빈 중공 구조 아이언도 비거리 증가에 도움이 된다. 중공 구조 아이언은 겉모습이 머슬 백 스타일이어서 동반자 앞에서 ‘폼’을 잡고 싶은 골퍼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5. 내 웨지 샷은 왜 바로 서지 않을까
TV 중계로 프로 골퍼들의 샷을 보면 그린에 떨어진 볼이 한두 번 튕긴 뒤 강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곧바로 선다. 강력한 백스핀 덕분이다. 그런데 왜 아마추어 골퍼의 웨지 샷은 그린에 곧장 멈추지 않는 걸까. 실력 차이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장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프로 골퍼들은 웨지를 자주 교체한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임성재가 3개 대회마다 교체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프로 골퍼들은 1년에 서너 차례 웨지를 바꾼다. 백스핀과 직결된 그루브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타이틀리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125회 라운드를 넘긴 웨지는 새 웨지보다 착지 후 굴러가는 런 거리가 2배 이상 길다. 특히 모래와 직접 접촉하는 샌드웨지 그루브는 더 빨리 마모된다.
지금 당장 골프백에 있는 웨지를 언제 구매했는지 생각해 보자. 이미 몇 년 전 아닌가. 드라이버는 매년 교체하면서 웨지 교체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6. 첫인상은 왜 틀리지 않을까
모든 클럽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구매 원칙이 하나 있다. ‘첫인상’이다. 어드레스를 했을 때 안정감을 주는 클럽을 선택하면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정감에는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자세를 잡을 때의 편안함도 포함된다. 이 첫인상의 원칙은 퍼터에 가장 크게 와 닿는다. 퍼터는 심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클럽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퍼터 구매 요령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쇼트 퍼팅에 실수가 잦다면 헤드가 무거운 말렛 스타일 퍼터가 알맞고, 롱 퍼팅에서 거리 감각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블레이드 형태 퍼터가 적합하다. 스트로크 유형에 따라 나뉘기도 한다. 아크형 골퍼에게는 블레이드, 일자형 스트로크 골퍼에게는 말렛 퍼터가 알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7. 몇 날 며칠 혼자 고민할 필요 있을까
혼자 고민해 봐야 답이 없을 때가 있다. 전문가는 그럴 때 찾으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제품을 사야할지 모르겠다면 피팅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자신의 스윙 습관이나 신체조건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스펙을 찾는 것이다.
피팅 전문 매장에도 두 가지가 있다. 일반 피팅 숍과 브랜드가 운영하는 피팅 센터다. 일반 피팅 숍은 샤프트나 그립 교체 등 수리와 정비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이에 비해 브랜드 피팅 센터는 다양한 자사 제품 중에서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모델과 스펙을 찾아주는 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건강검진처럼 정기적인 피팅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스윙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클럽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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