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바이든에 밀리는 트럼프 캠프의 선거 자금에 화색이 돌 수 있을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머스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공화당 선거를 지원해온 다른 부유한 기부자들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확실한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트럼프 선거 캠프는 자금 지원을 해줄 기부자들을 찾는데 공을 들여왔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력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칭찬하면서 조만간 그와 1대 1로 만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머스크는 2000억 달러(약 267조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만일 그가 트럼프를 대대적으로 지원한다면 “거의 단독으로도 바이든 진영이 지닌 재정 우위를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머스크의 지인들은 머스크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해왔다. 머스크는 2017년 트럼프 전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비판했고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SNS 상의 설전을 주고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바이든 행정부 및 진보 진영과도 갈등을 빚어왔다.
머스크는 다른 미국 억만장자들과 달리 역대 대선에서 큰 액수의 기부금을 낸 적이 없다. 여타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비슷한 규모로 기부를 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이끄는 주요 사업들이 미 연방 정부와 각종 계약과 보조금 혜택 등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와 가까운 한 인사는 미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머스크는 특정 정당에 너무 가까운 인물로 여겨지는 것을 피해 왔다고 말했다.
NYT는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에 1억7천500만명의 팔로워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극소수만이 지닌 뉴스 보도를 형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만약 머스크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쓴다고 결심하지 않더라도,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지지는 의미가 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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