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평균 32달러 선인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에 8달러의 상한선을 둬 종전의 4분의1 수준으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 속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자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림수로 읽힌다.
AP·로이터통신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제6차 경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개정된 소비자금융보호국 규정은 신용카드 연체 건수에 부과되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8달러로 두고, 은행이 수수료를 그 이상으로 받을 경우 상세한 이유를 공개하도록 강제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에 따르면 미국 신용카드사가 한 해 거둬들이는 연체 수수료는 약 140억 달러로, 새 규정이 시행되면 수수료 규모가 종전보다 최대 1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연체료를 내야 하는 신용카드 이용자 약 4500만 명은 1인당 연 평균 220달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용카드사가 거둬들이고 있는 연체 수수료가 이를 징수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5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카드사를 겨냥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돈을 걷으며 이익률을 높이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큰 돈”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에 칼을 빼든 것은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문제를 개선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으나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급속도로 공화당으로 이탈하고 있다.
한편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가계부채 및 신용 관련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신용카드 부채가 전분기 대비 4.6% 늘어난 1조1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AP통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 가계가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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