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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달라" 난치병 환자 의뢰 응한 日의사 '무죄' 주장했지만

SNS 교환 후 첫 대면서 약물 투여해

의사 "처벌은 환자 자기결정권 부정"

법원 "진료·가족 연락X, 기록 안남겨

돈도 받아 환자 아닌 자기 이익 추구"

부친 살인 혐의 포함 징역 18년 선고

촉탁살인죄 적용 못하는 요건 제시도





일본에서 난치병 환자의 의뢰로 해당 환자를 약물 투여로 죽인 의사에게 징역 18년 형이 선고됐다. 피고 의사는 의뢰인의 자기 결정권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NHK 등에 따르면 교토지법은 지난 2019년 루게릭병(ALS)을 앓고 있던 여성(당시 51세)의 의뢰를 받아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촉탁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의사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23년을 구형했었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살해 행위 사실에는 다툼이 없고, 행위의 정당성이 쟁점이 됐다. 피고는 “의뢰인의 바람을 이루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고, 변호인도 “피고에 대한 처벌은 의뢰인의 선택이나 결정을 부정하고 자기 결정권을 규정한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기 결정권은 개인이 생존해 있는 것인 전제”라며 “공포나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해서 스스로의 생명을 끊기 위해 타인에 원조를 요구하는 권리 등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어 “의사이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짧은 (의견) 교환만으로, 진찰이나 확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불과 15분 정도의 면회로 쉽게 살해에 이르렀다”며 “피고의 생명 경시 자세는 현저해 강한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피고가 130만엔(약 1160만원)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환자)를 위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익을 추구한 범행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죽음이 임박해 견딜 수 없는 육체적 고통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촉탁살인죄 적용이 적절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겼다. 환자의 의뢰에 의한 살인을 모두 유죄로 인정할 경우 환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절망을 강요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법원은 의뢰(촉탁) 살인죄를 물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 요건으로 ▲치료나 검사를 완수해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 신중하게 판단하고 ▲환자에게 가능한 한 설명하고, 가족의 의견도 참고해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며 ▲고통이 적은 방법을 이용하고 ▲사후 검증 가능하도록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요건에 비춰볼 때 피고는 진찰과 면회 없이 SNS 교환만 했고, 15분 정도의 첫 대면으로 살해했으며 주치의나 가족에 알리지 않고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판단 촉탁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1995년 요코하마 지법은 말기 암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당시 법원도 죄를 묻지 않으려면 ▲죽음이 불가피하고 ▲참을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이 있으며 ▲고통을 제거하는 다른 방법을 이미 다 했고 ▲환자 본인이 안락사를 원하는 의사가 분명해야 한다는 요건을 제시했다.

교토지법의 이번 판결은 의료 종사자가 환자에 취해야 하는 선택 사항에 기존 요건에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을 설명하고, 사후 검증을 위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추가한 형태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에도 참고될 가능성이 높은 균형 잡힌 판결이라는 평가를 했다. 형사 재판관 출신인 미즈노 도모유키 호세이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과거 판결은 말기 암 환자 등이 겪는 육체적 고통에 초점을 맞춰 난치병 환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교토지법의 이번 판결은 ‘치료법이 없는 환자의 절망감’이라는 정신적 고통도 중시하고,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의료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대응을 정중하게 고찰했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촉탁살인죄는 징역 6월 이상 7년 이하 또는 금고로 살인죄와 비교해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는 피고가 13년 전 다른 전직 의사와 함께 부친을 살해한 혐의가 함께 유죄로 인정돼 총 18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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