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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상황 엄중”…정치권 돈 풀기 포퓰리즘 경쟁할 때인가


주춤하던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통계청은 6일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고 밝혔다. 1월에 2.8%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였던 물가가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이다. 과일 값 뜀박질이 계속된 데다 국제 유가 불안까지 겹친 영향이 컸다. 특히 사과·귤 등 과일 가격이 41.2%나 급등하면서 생활물가지수가 3.7%나 뛰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물가 상승을 막아내지 못하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투자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 모두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이나 공약 제시를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4·10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선심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일 미성년 자녀와 65세 이상 노부모 통신비 세액공제 등 가계통신비 경감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최근까지 약속한 총선 공약에 들어갈 예산 및 사업비만 최소 12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 지하화에 총 80조 원,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연간 15조 원, 저출생 대책에 매년 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목돈을 분할 지급하고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하자는 ‘출생기본소득’까지 제시했다. 재원 대책에 대해 민주당은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면 된다” “앞으로 마련해나가겠다” 등의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도심 단절 구간의 철도 지하화, 저출생 대책,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경로당 주 7일 점심 제공 등 수십조 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충당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물가 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부도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등 선심 논란을 키우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우려된다. 총선 후 물가가 더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은 물가 상승 불길에 기름을 붓는 식의 돈 풀기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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