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강수량이 평년보다 2.7배 많아 역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와 눈이 이례적으로 자주 내리면서 다가오는 봄에 가뭄 걱정을 덜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2월 기준 전국 강수량은 236.7 mm, 강수일수는 31.1일이었다. 두 관측값 모두 평년값(강수량 89.0 mm·강수일수 19.5일)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은 물론 집계가 시작된 1973년 이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었던 2022년과 비교하면 2주 내내 눈·비가 더 내린 수준이다.
이는 지난 겨울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하며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독 자주 불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우리나라 동쪽에 발달한 고기압 사이에서 수증기가 대거 유입됐다. 그 결과 이례적으로 많은 겨울비가 쏟아져 우리나라 대관령·원주·충주·대전·영덕을 비롯해 30개 지점에서는 역대 12월 일강수량 1위를 경신했다. 올해 2월에는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발 수증기와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발 찬공기가 만나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따뜻한 남풍의 영향으로 기온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1.9도나 따뜻했다.
이와 관련된 기후학적 원인으로는 '뜨거운 북인도양'과 ‘엘니뇨’가 꼽힌다. 기상청은 지난해 북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활동이 활발해 해당 지역 대기 상층에 고기압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까지 겹친 결과 우리나라 동쪽에도 강한 고기압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계절인 겨울에 평소보다 눈·비가 2~3배 많이 온 점은 다가오는 봄철 가뭄 대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역시 현재 농업용 저수지 전국 평균 저수율이 88.0%로 평년(73.0%)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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