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했지만 여론조사보다 실제 득표율이 낮은 흐름을 보이면서 ‘샤이 반트럼프’ 표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경선 득표율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확정된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슈퍼 화요일 이전까지 열린 모든 주요 경선에서 여론조사 전망치를 밑돌았다.
미시간주에서는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56.9%포인트 차이로 이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경선 결과 격차는 41.5%포인트였다.
아이오와주에서도 전망치의 격차(34.0%포인트)가 실제 격차(29.8%포인트)에 못 미쳤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여론조사 상 격차는 27.6%포인트였으나 실제 득표율 격차는 20.3%포인트였으며, 뉴햄프셔주에서도 여론조사 상 격차(17.6%포인트)가 실제 득표율 격차(11.1%포인트)보다 작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에서도 낙승하기는 했지만, 이날 경선을 치른 14개 주 전역에서 예상을 상당히 밑도는 득표력을 보였다.
버몬트주에서는 경선 직전에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지지율 61%)이 헤일리 전 대사(31%)를 약 30%포인트 앞섰지만, 실제로는 헤일리 전 대사가 50%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눌렀다.
버지니아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헤일리 전 대사보다 꾸준히 6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실제 격차는 28%포인트에 그쳤다.
이처럼 경선 결과가 나타내는 패턴을 보면 '샤이 반트럼프' 유권자층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유권자층의 존재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당초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민주당이 선전, 공화당은 하원에서 의석을 소폭 늘리는 데 그쳤고 상원에서는 다수당 탈환에 실패한 바 있다.
이들 '샤이 반트럼프' 유권자층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부유한 교외 지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설명했다.
낮은 세금과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이들은 '타고난 공화당 지지층'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태와 민주주의적 기준에 대한 경멸로 인해 교외 유권자층의 투표 경향이 상당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외 지역 공화당 지지 여성 유권자층이 2022년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편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징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각 주가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낙태 등 처벌 강화로 공화당 텃밭에서조차 기본적인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이에 따라 11월 대선에서 '샤이 반트럼프'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표를 던질 경우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들은 다시 틀린 것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FT는 관측했다.
미국 매체 뉴스위크도 이날 슈퍼 화요일 결과와 관련해 헤일리 전 대사의 버몬트주 깜짝 승리 등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NBC 방송의 슈퍼 화요일 출구조사 결과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지지자의 35%를 비롯해 버지니아주(36%)·캘리포니아주(33%)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