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인공지능(AI) 개발에 중요한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적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의 설명을 인용해 7일 “SK하이닉스가 핵심 AI 메모리 칩 기술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재 SK하이닉스에서 패키징 개발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밝힌 투자 규모는 올해 전체 지출 중 약 10%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측이 공식적인 지출 예산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현재 애널리스트들은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14조 원(105억 달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첨단 패키징에 쏟는 만큼 SK하이닉스는 해당 분야를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HBM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칩 자체의 디자인과 제조에 관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50년은 후공정, 즉 패키징이 전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3세대 HBM2E를 패키징하는 새 방법을 개척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고객사가 되는데도 이 기술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진다. CLSA 증권 코리아의 산지브 라나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은 반도체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좋은 통찰력을 갖고 있었으며 잘 준비돼 있었다”면서 “기회가 왔을 때 이를 꽉 잡은 반면 삼성전자는 낮잠 자고 있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투자 대부분을 MR-MUF로 알려진 새 패키징 방식과 TSV 기술 발전에 쏟아붓고 있다. 실리콘층 사이에 액체 물질을 주입하고 굳히는 이 방식은 방열과 생산 수율 향상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2월 26일 12개 층을 쌓는 D램 반도체와 업계 최대 용량인 36GB의 5세대 기술 HBM3E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의 H200 텐서 코어 유닛에 포함될 24GB, 8단 HBM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로 인식되면 시가총액이 119조 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에 밀렸던 한국 시가총액 2위 자리 역시 되찾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