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지지층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가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며 지지 후보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자신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헤일리 지지층인 공화당 온건파를 ‘캐스팅보트’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을 원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며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내 선거 캠페인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장악한 공화당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소신 있게 경쟁을 펼친 점을 치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날 공화당에는 트럼프에 대해 감히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헤일리는 트럼프를 항상 따라다니는 혼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력, 블라디미르 푸틴 앞에서 움츠러드는 모습에 대해 기꺼이 진실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새대가리(bird brain)’로 칭하며 헤일리 지지층과 각을 세워왔으나 대선 승리를 위해 선거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헤일리는 어젯밤 트라우마를 겪었다”며 자신의 슈퍼 화요일 승리를 자축한 뒤 “헤일리 지지자 모두를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운동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에도 “우리에게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훌륭한 공화당이 있다. 우리는 단결을 원하며 그 단결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후보 사퇴를 공식 선언하며 “항상 공화당의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공화당과 공화당 외부의 지지를 얻는 것은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를 특정하지 않은 셈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헤일리 지지층, 즉 트럼프 지지를 꺼리는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들이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양측 모두 헤일리 지지층을 붙잡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속출한 ‘지지 후보 없음’ 투표를 통해 진보 성향, 아랍계·무슬림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올해 대선의 최대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헤일리 지지층의 80%가 ‘11월 대선에서 반드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등 거부감이 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