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기술 규제를 받는 중국이 첨단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 자립과 미국 추격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차원의 AI 산업 육성책인 ‘AI+ 행동’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창 총리는 5일 업무보고에서 “AI 연구개발(R&D)과 응용을 심화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전인대 당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제조 2025’를 선포했던 것처럼 최근 글로벌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첨단 기술 굴기에 대한 의지는 예산안에서도 드러났다. 전인대에 보고된 올해 중국의 과학기술 예산은 지난해 대비 10% 증가한 3708억 위안(약 68조 6000억 원)으로 2019년 이래 최대 폭으로 늘었다. 중국이 챗GPT·엔비디아로 대표되는 미국의 AI 주도권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AI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중국은 90%, 유럽연합(EU)은 87.5%로 한국(78.8%)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AI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선두 그룹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 혁신에서 늑장을 부리다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국에 따라잡힌 한국이 이대로 가면 글로벌 AI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기회를 놓쳐버릴까 우려된다.
AI는 미래 성장 동력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다. AI 경쟁에서의 도태는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열풍’을 타지 못한 한국 증시가 올해 글로벌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그 예고편인 셈이다. 우리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남으려면 민관정이 원팀이 돼 종합 지원 전략을 서둘러 짜야 한다. 획기적인 R&D 예산 투입과 규제 혁파, 기술 개발 및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세제·금융 지원 등으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초격차 기술 확보와 AI 생태계 진화를 실현할 생존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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