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鳥山 明)가 지난 1일 급성 경막 밑 출혈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일본 주간지 ‘소년 점프’는 8일 홈페이지에 “점프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소년 점프는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샌드 랜드’ 등 선생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읽히고 사랑받아 왔다”며 “선생이 만든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수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1955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태어난 고인은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우주소년 아톰’(1952~1968), TV 프로그램 ‘울트라맨’(1966~1967) 등을 보며 창작물에 관심을 가졌다. 23세에 직장을 그만 둔 뒤 출판사에 수차례 원고를 출품했던 그는 1978년 소년 점프에서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했다. 고인은 한동안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닥터 슬럼프’(1980~1984)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1981년에는 일본 내 개인 납세자 10위에 들 만큼 금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작품의 인기는 만화를 연재한 소년 점프에도 큰 변화를 안겨줬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청소년 만화 잡지는 ‘소년 챔피언’이 판매량과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닥터 슬럼프가 히트를 치면서 소년 점프 밑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닥터 슬럼프 완결 후 내놓은 ‘드래곤볼’(1984~1995)은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만들어질 만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단행본은 전 세계에서 2억3000만 부 넘게 출판됐으며 TV 애니메이션은 40개 국가 이상에서 방영됐다.
고인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드래곤볼은 국내 주간 만화잡지 ‘아이큐점프’에 연재됐는데 1980년대 말 시작된 일본 만화 붐의 초창기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닥터 슬럼프는 학산문화사가 국내에 정식 단행본을 발매하기 전부터 여러 버전의 해적판이 유통됐다. 한 월간 어린이 잡지에는 닥터 슬럼프의 설정과 주인공 이미지 등을 거의 가져온 작품이 연재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도리야마 작가의 작품들은 1990년대 ‘4번타자 왕종훈’, ‘슬램덩크’, ‘H2’, ‘3×3 아이즈’ 등 일본의 인기 만화가 국내에 잇따라 소개되는 물꼬를 트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인은 성실함으로도 큰 귀감이 됐다. 드래곤볼을 연재한 약 15년 간 한 번도 원고를 펑크 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2013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화가 연재되는 동안 제가 계속 그림을 그리며 원한 유일한 것은 일본 소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동료들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만화 ‘나루토’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岸本 斉史)는 “선생님은 제게 구원의 신이자 만화의 신이었다”며 “45년 동안 많은 즐거운 작품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