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주대 병원의 한 교수가 사의를 밝혔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 병원 교수 A씨는 8일 이 병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제 아주대 병원 교수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비민주적인 밀어붙이기와 초법적인 협박을 일삼는 태도는 정말이지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 거대한 상황에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심하게 느껴 괴롭다”며 “미력한 교수 한 명이라도 그들(전공의와 의대 학생들)의 좌절감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A 교수는 아주대학교가 교육부에 의대 신입생 정원을 큰 폭으로 증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주대는 이달 4일 교육부에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40명에서 104명 늘어난 144명으로 증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144명으로 증원 신청을 하는 것은 올바른 어른의 태도가 아니었다”며 “정부에 협박당하고 국민들에게 천하의 몹쓸 인간이 돼 비난받고 이제껏 노력한 결과들이 수포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의 손을 대학마저 매정하게 놓아버리는 것은 스승이라면,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면 보일 수 없는 태도였다”고 했다.
A 교수는 아주대와 병원 보직자들을 향해 “지금도 늦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태도를 앞으로도 견지한다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소중한 동료도 점차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과 학생들에게 스승으로서 함께 지지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을 남기고 그만 사직하고자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아주대 의대에서는 현 사태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히는 교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사직 인원을 정식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날까지 3∼4명 정도의 교수가 이번 사태로 인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태가 진전되지 않으면 향후 더 많은 교수가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및 수리 현황은 내부 정보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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