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의 출범을 알리는 발대식이 진행됐다. 이날 서울청을 시작으로 전국의 각 시도 경찰청들도 잇따라 발대식을 열고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신설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7월 신림역 무차별 칼부림, 8월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등 지난해 이상동기 돌발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각 일선 경찰서에서 사건을 대응하며 다중밀집지역 대상 특별치안활동을 실시했지만, 일각에서는 일시적 조치가 아닌 광역단위 전담조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청은 전국 28개대 2668명으로 구성돼 가시적 범죄예방과 중요사건 대응, 국가 중요행사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동순찰대와 전국 43개 권역 1335명으로 구성돼 범죄첩보 수집 및 인지수사 등 선제적 형사활동을 전개하고 범죄분위기를 제압하며, 조직폭력이나 마약 및 금융범죄 등에 대응하는 형사기동대를 출범했다.
지구대·파출소, 수사, 형사, 교통 등 기능별 업무와 관할구역이 구분돼 있어 비정형적인 치안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출범 이후 기동순찰대는 잇따라 실적을 올렸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지난달 23일 서울 길동의 한 금은방에서 1500만 원 상당의 금을 절취해 도망간 여성을 당일 검거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냈다. 강원경차렁 기동순찰대는 2016년 출천의 한 원룸에서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던 30대 베트남인 불법체류자를 8년 만에 붙잡았다. 경북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출범 2주 만에 지명수배자 10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출범 이후 빠르게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치안활동에 녹아들어 성과를 내고 있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인력 돌려막기’의 결과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형사기동대는 일선경찰서 소속 형사 600여 명을,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700여 명을 차출해 만들었다. 기동순찰대 또한 일선 경찰서 경비과 직원을 끌어다 만든 조직이다. 증원을 통해 신설된 것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를 통해 기존에 다른 곳에 있던 인력을 끌어쓴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선경찰서 형사과의 경우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사 범위까지 늘어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찰은 조직재편의 일환으로 전국 경찰서 내에서 수사과나 여성청소년과 등에서 담당하던 ‘피싱 범죄’를 형사과에서 맡도록 했다. 경찰은 올해 초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된 내부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각 일선경찰서 형사과에 피싱범죄전담 수사팀을 만들었다. 피싱팀 또한 신설됐지만, 인력 충원 없이 내부 강력팀 등에서 인원을 차출하거나 기존 강력팀 중 하나를 피싱팀으로 둔갑시키는 등 조삼모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기동순찰대의 경우 2014년에 한 차례 출범했지만 실효성 문제로 사라진 바 있다. 형사기동대 또한 1986년에 창설됐지만, 역할과 규모 개편을 이어오다 이번에 다시 개편된 것이다. 과거 실패 사례가 있는 조직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실효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범한 지 2주가 흐른 현재, 내부에서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사 A씨는 “현재 형사기동대 등으로 인원이 차출되는 등 정작 형사과 고유 업무를 담당할 형사들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싱팀 또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인데, 구성원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기도 한다. 조직들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사 B씨는 “범죄가 고도화 되고 있고, 발생 건수도 늘고 있어 대응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오히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는 줄어들었다”라며 “특히나 피싱 범죄의 경우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다른 과에서 진행하던 사건을 형사과로 이전해오다 보니 부담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조직재편 당시 내근 인력을 현장 인력으로 다수 전환했고, 지구대 파출소 등 일선 현장에 있는 인력은 유지했기 때문에 치안 공백의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온다면 경찰 측에서도 인력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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