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현지시간) 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발길이 뜸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각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수상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틋한 두 남녀의 재회 담긴 '패스트 라이브즈' = '패스트 라이브즈'는 12살 어린시절 헤어진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의 시간이 지나 뉴욕에서 재회한 후 벌어지는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나영이 홀로 이민을 간 후 노라로 이름을 바꾸고 해성이 아닌 다른 남편 아서(존 마가로)와 결혼을 하게 되며 둘 사이의 관계는 미궁에 빠지는 듯싶지만 어른이 된 해성이 뉴욕에 방문하면서 셋의 관계는 미묘한 감정에 둘러싸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서사, 영화감독이 되기 전 극작가였던 셀린 송의 역량이 느껴지는 묵직한 대사들, 그리고 파나비전 파나플렉스 밀레니엄 XL2(Panavision Panaflex Millennium XL2) 카메라 35mm 필름으로 촬영해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압도적인 영상미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더불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4개관에서 개봉을 시작했지만 4주 차는 906개관까지 확대 개봉했으며 현재까지도 약 100개 관을 유지하며 상영할 정도로 '기생충' 다음으로 북미에서 흥행하고 있는 K-무비라고 볼 수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 이번 해는 누구와 경쟁할까 = '패스트 라이브즈'가 후보에 오른 부문은 작품상과 각본상이다. 이번 해 '패스트 라이브즈'와 함께 작품상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는 주연 배우 마고 로비가 후보에 오르지 않아 여러모로 논란에 올랐던 '바비', 지난 2020년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경쟁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 최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7관왕을 달성한 '오펜하이머' 등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이다.
더불어 각본상에서의 경쟁 상대 또한 묵직하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제치고 각본상을 거머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주연 배우를 맡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런던 비평가 협회상, 전미 비평가 협회상 등을 휩쓴 '메이 디셈버' 등이 기다리고 있다.
◇포기는 이르다...'패스트 라이브즈'의 빛나는 수상 가능성 = 하지만 강렬한 경쟁작에도 포기는 이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공개 이후 약 400일 동안 전 세계적인 영화제 및 시상식에 21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틀에 한 번 노미네이트된다는 전설로 남은 작품으로 전 세계 평단의 강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더불어 '패스트 라이브즈'는 A24와 CJ ENM의 합작이라는 점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작품 안목이 높은 A24의 전작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는 점, 그리고 올해 A24의 선택이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에미와 골든글로브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또 다른 A24의 선택인 '패스트 라이브즈' 또한 큰 활약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 300만 달러를 돌파한 '미나리'보다 높은 수치인 1100만 달러 수익을 현재진행형으로 기록 중인 '패스트 라이브즈'가 K-콘텐츠로서 해외에 어떤 영향력을 전파할지에 대한 관심도 모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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