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계절마다 많은 축제가 열린다. 최근 제주에서 ‘봄의 전령’ 매화가 예년보다 일찍 개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광양 매화 축제, 구례 산수유 축제, 진해 군항제 벚꽃 축제 등의 개막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이자 지역 축제 경험이 많은 김종원 총감독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축제와 걸맞지 않은 외지 이동 상인의 먹거리 존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2017년 서울 마포 새우젓 축제, 2019년 관악 강감찬 축제 등 여러 지역의 축제를 총괄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는 감독·음향·무대·작가 등 축제 관련 회원의 권익 보호와 지역 축제 발전을 위한 비영리단체다.
김 감독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역 축제는 1만 개에 달하고 등록되지 않은 지역 행사와 대형 이벤트까지 합하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수년 전부터 많은 축제 전문가들이 ‘한국의 지역 축제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경고해왔는데 그야말로 국내 축제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진단한 지역 축제의 문제는 우선 품질 저하다. 지역 축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대부분 내용이 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축제 품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프로그램 베끼기로 대부분 축제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특별한 체험을 좋아하는 MZ세대가 축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축제에서 MZ세대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이에 김 감독은 올해 지역 축제 흥행의 열쇠는 MZ세대라고 보고 있다.
김 감독은 “2024년 지역 축제의 키워드 중 중요한 것은 ‘지역 정체성이 살아 있는 로컬힙으로 MZ세대 감성 공략하기’인데 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기성세대도 좋아한다”며 “MZ세대가 ‘노잼(재미없다)’이라고 평가하면 그 지역 축제는 답이 안 나온다”고 강조했다.
매년 지역 축제마다 가장 골칫거리는 터무니없는 바가지 상술이다. 고질적인 병폐가 된 바가지 상술에 대해 김 감독은 자릿세 관행 문제를 꼽으면서 지자체의 노력을 주문했다. 대부분 지역 축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만 장사를 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이 명의를 빌려주고 자릿세로 매출의 30~40%가량을 받는 방식이다.
그는 “시민들이 기분 좋게 축제 즐겼는데 말도 안 되게 비싼 보쌈 한 접시에 화가 나고 결국 비난의 화살은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에게 돌아간다”며 “바가지요금으로 물의를 빚는 사람들은 원래 그곳에서 장사하던 상인이 아니라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뜨내기 장사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자릿세를 주고 들어가기 때문에 값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는데 이런 관행부터 지자체가 나서서 뿌리 뽑아야 한다”며 “바가지요금을 근절하려면 입점 상인을 공정하게 선정하고 정찰제를 도입해 1만 원 안팎의 착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감독은 이렇다 할 관광자원도 없는 해외 작은 도시들의 성공적인 지역 축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페인 부뇰의 ‘토마토 전쟁 축제’, 프랑스 망통의 ‘레몬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뇰에서는 매년 8월 말 ‘토마토 전쟁 축제’가 열리는데 인구 9000명의 도시에 4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토마토를 던지고 논다”며 “관광객들이 토마토를 직접 던지며 느끼는 원시적인 즐거움이 성공의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또 “또 망통의 ‘레몬 축제’는 레몬과 오렌지로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 30만 명이 넘는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다”면서 “이런 축제들은 모두 참여하는 축제인데 전통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보편적 소재를 독특한 아이디어로 프로그램화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최근 경기 시흥시의 주요 축제 총감독으로 위촉돼 올해 9월 열리는 ‘시흥 갯골 축제’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진행되는 ‘시화호 거북섬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흥 갯골의 환경적 특성을 살려 방문객이 자연에서 쉬고 즐기면서 배우는 다양한 생태·예술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또 올해는 시화호가 생명의 호수로 환생한 지 30주년이 되는데 방문객들이 시흥과 거북섬을 재방문할 수 있도록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축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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