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50년 전, 자메이카의 한 사나이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음악은 메시지다”라는 그의 신념이 담긴 음악은 양 극단으로 갈라진 고국 정치계의 화합을 이끌어 냈다. 냉전 시기, 그의 메시지는 자메이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그는 데탕트 시대의 상징이 됐다. 바로 ‘밥 말리’의 이야기다.
밥 말리의 인생을 다룬 최초의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는 밥 말리의 전성기인 1976년부터 1978년까지의 여정을 소재로 한다. 폭력과 갈등이 계속되는 자메이카의 정국 속 밥 말리가 ‘스마일 자메이카’ 공연을 열고 암살 위협을 받게 되고, 런던으로 떠난 뒤 명반 ‘엑소더스’(대탈출)를 만든 뒤 다시금 조국에서 ‘원 러브 피스’ 콘서트를 개최하는 내용을 그렸다.
곳곳에 배치된 밥 말리의 음악은 영화의 지루함을 없애 준다. 밥 말리의 음악과 레게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도 누구나 흥겨워진다. ‘아이 샷 더 쉐리프’와 ‘엑소더스’, ‘노 우먼 노 크라이’ ‘리뎀션 송’ ‘원 러브’와 같은 불후의 명곡들은 영화 속 이야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영화의 OST가 중요한 만큼 음향 시스템이 좋은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좋다.
영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 안에서 밥 말리는 ‘평화의 사도’나 ‘구도자’와 같은 평면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하지만 밥 말리가 대마초 합법화 운동의 선구자였다거나, 저항 정신과 자유·인권 분야에 있어서도 메시지를 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 안에서의 연출은 다소 아쉽다. 말리가의 인간적 면모가 적게 다뤄진 부분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스마일 자메이카’ 공연 등의 모습도 자료화면으로 대체됐고, 긴 공연 시퀀스도 없다. 관객 대부분이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콘서트 장면을 기대했겠지만 그런 장면은 없다. 밥 말리의 종교인 라스타파리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 점은 관객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전기 영화 ‘킹 리차드’로 아카데미·골든글로브 등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의 신작이다. 브래드 피트가 총괄프로듀서를 맡았고, 밥 말리의 부인과 자녀들이 제작에 참여해 고증을 살렸다.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평화’라는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는 그의 음악과 함께 관객들에게 충분히 잘 전달된다.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달 개봉 후 2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했다. 밥 말리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는 여전히 전쟁의 포화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키노와 빅토르 최, 아일랜드의 U2, 자메이카의 밥 말리의 메시지가 여전히 세상에서 유효한 이유다. 13일 개봉. 107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