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나 새벽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법안 처리가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상정된 유통법 개정안은 두 차례 논의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벽에 막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정안에 대해 “전통 시장이나 재래 시장이 다 죽는다”면서 “이마트 매출이 떨어진다고 보도가 나온 다음에 정부에서 (법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고 반대하고 있다. 과잉 규제를 혁파하자는 주장을 재벌의 로비를 받은 언론과 정부의 합작품으로 매도한 것이다.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올 1월 글로벌 상위 쇼핑 앱 10개 중 7개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서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앱 사용자 수는 각각 2위, 4위에 이른다. 이 같은 업체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면서 대형마트나 전통 시장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 제조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알리는 딸기·토마토·한우 등 국내산 신선 식품까지 손을 대면서 우리 농수산업을 좌지우지할 기세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바람에 소비자 편익도 후퇴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배달 거리, 높은 비용 등을 이유로 전국의 절반 지역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의 휴일·심야 온라인 배송은 2020년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2021년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잇따라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골목 상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법 개정을 막아서고 있다. 민주당이 대기업과 소상공인 갈라치기로 총선 표를 얻으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형마트와 전통 시장을 대립시키는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는 국내 유통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를 가중시킨다. 정부는 우리 유통 시장이 중국 쇼핑몰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중국산 짝퉁·불량품 판매를 막고 관세·통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는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하고 유통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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