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현역 평가 하위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탈락했다. 반면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후보는 서울 서대문갑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비명횡사 친명횡재’가 또 한번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선 “이재명당이 완성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민주당이 봉합을 노력해온 공천 갈등이 재조명되면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도 반감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서울 강북을 결선 결과 박 의원은 정 전 의원에게 밀려 탈락했다. 박 의원은 하위 10% 의원에 적용되는 ‘경선 득표율 30% 감산’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3인 경선에서 결선 진출을 이뤘지만 결국 낙천했다. 강북을에 지역 연고가 없지만 ‘비명 척결’을 내세워 출마한 정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개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특히 박 의원의 하위 10% 통보는 당내 ‘비명 학살’ 논란의 상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원은 4년 전 총선 당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64.45%)을 기록한 데다 ‘유치원 3법’ 등의 의정활동으로 유명세를 떨쳤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돼왔다.
박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권리당원 투표에서 51.79%,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선 51.62%를 얻어 각각 48.21%, 48.38%를 확보한 정 전 의원보다 득표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하위 10%로 인한 감산 패널티를 적용받지 않았다면 결과는 뒤바뀌는 것이다. 박 의원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말씀드리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강북구 발전을 위해 작은 역할이나마 계속해 가겠다”고 말했다.
대장동 변호사 김 후보의 본선 진출은 ‘친명횡재’의 대표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김 후보는 권지웅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 김규현 전 서울북부지검 검사를 제쳤다. 김 후보는 당초 경선 대상이 아니었으나 지도부가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제외하고 김 후보로 교체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밖에 발표된 경선 지역구 2곳에서 확정된 후보들도 친명 색채가 짙다.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기 화성정 경선에서는 친명계 비례대표 전용기 의원이 승리했다. 세종갑 지역구에서 펼쳐진 4인 경선에서도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법률특보를 지낸 이영선 변호사가 당선됐다.
민주당의 계속된 공천 논란에 당내에서도 ‘이재명 사당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비명계 3선인 전혜숙 의원은 이날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경선에서 친명계인 이정헌 전 JTBC 앵커에게 패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이렇게 많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비명은 척결 대상일 뿐이었다”며 “민주당은 특정인의 정당으로 변했고, 특정인의 방탄과 특정세력의 호위만 남아 있다”고 직격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합류한 통합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재연된 비명횡사 논란은 민주당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이제부턴 친명도 비명도 없다”며 단결을 촉구하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에 복귀했지만 민주당의 공천파동은 지지층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아울러 하위 평가를 받은 송갑석·전해철 의원 등 다른 비명계 의원들의 경선 결과도 줄줄이 발표가 예정돼있어 공천 갈등 봉합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당장 12일에는 송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에서 친명계 조인철 전 광주시 부시장과 맞붙는 경선 결과가 발표된다. 전해철 의원과 친명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 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경기 안산갑 경선은 13일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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