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핀데믹을 지나면서 일본에서 업종별 대표기업 중 절반 정도가 물갈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사업구조 개혁을 단행했는지 여부가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금융을 제외한 32개 업종의 2024년 3월기(2023년 4월~2024년 3월)의 예상 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19년과 비교해 16개 업종에서 순이익 1위 기업이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식품업에선 아지노모토가 메이지 홀딩스(HD)를 제치고 순이익 1위 기업에 등극할 전망이다. 아지노모토는 조미료와 식품의 가격 인상을 추진, 3년 연속 최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메이지홀딩스는 생우유를 포함한 수입 원료 가격의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만회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상품 가격을 여러 차례 올리면서 판매 수량 또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3월기 순이익이 5년 전에 비해 18%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 업종의 경우 마루하니치로에서 니스이(구 일본 수산)로 바뀐다. 수산 사업이 시황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들쑥날쑥하지만, 니스이는 가공식품을 통해 이러한 불안감을 줄인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전기업종에선 소니 그룹이 도시바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그룹은 수익성이 낮았던 전자 사업을 정리하고 게임,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했다. 반면 도시바는 5년 전 반도체 자회사 매각으로 막대한 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2월 상장폐지됐다. 1949년 도쿄 증시에 상장한 지 74년 만이다. 도시바는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 이후 경영난에 빠졌고, 2016년원자력 발전 자회사였던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2017년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대규모 증자와 경영진과의 갈등을 겪으며 증시에서도 퇴장했다. 히타치제작소는 8위에서 2위로 수직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옛 히타치화학과 옛 히타치금속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정보기술(IT), 철도, 에너지 등의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밀기기 1위 올림푸스도 구조개혁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현미경 사업과 적자 사업인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매각하고, 내시경 등 의료 분야에 경영 자원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24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은 2019년에 비해 31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전략가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경영자원을 얼마나 빨리 투입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올해도 중국 경기 둔화에 미국 금융정책 변화 등 세계 경제에 불투명이 크다”며 “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한 기업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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